겨울이면 감싸여서 이어가기

 아침에 잔뜩 껴입고 종종대며 버스에 올라 벙어리 장갑에 달린 교통카드로 삑 소리를 내는 학생들을 볼 때면 새삼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네..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ㅎㅎ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추위가 훨씬 빨리 찾아왔었습니다.
 김장철도 몇주는 더 일렀지요.
 당연히 학교 갈 땐 완전 무장을 하고 갔는데...
 내복, 내복을 잡아주는 두꺼운 겨울양말 (없으면 가을양말 두겹.ㄷㄷ), 조끼, 점퍼, 목도리, 모자, 마지막으로 마스크에 장갑까지 끼고 나면 온몸이 퉁퉁해져서 걷는게 아니라 굴러다니는 거 같았어요. 계단에서 넘어져도 멀쩡했었지요. 호홋.

 추워 안갈래 감기걸렸나봐 발악하는 애들을 붙잡아 완전무장 시키고 축구공마냥 현관 밖으로 뻥차 내보내는 무정한 어머니들을 뒤로하고, 동네 구멍가게 석유곤로를 부러워하며 갔던 그 길.
 골목마다 마주치는 동급생들도 후드에 가려진게 얼굴이고 웅얼웅얼대는 게 입이구나 간신히 알 수 있을만치 미라의 행색을 하고 있었는데.ㅋㅋ
 
 정말 가기 싫었던 학교가 그리 싸매고 나면 웬지 저항감 없이 스무스하게 교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뜨슨한 옷들의 협공에 당했던건지.^^;
 목도리가 좀 허술하다 싶으면 지나가던 아주머니나 친구 중 집안의 맏이 되는 애가 붙잡고 다시 잡아주곤 했는데, 요즘은 이거 조심해야하죠.. 워낙 숭한 세상이라;;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른한 교실. 난로가 옛날에 꺼져 옷뭉치가 되있는 애들 사이로 지나가는 종례 인사.
 그리고 또다시 집으로 향하는 퉁실한 발걸음.
 타박타박타박
 먼지가 가라앉은 교실을 뒤로하고 가볍게 걸어가는 약간 이른 겨울 오후의 햇살과 아이들의 하교소리.

 집이 아무리 멀어도, 혹은 아무리 가까워도
 그 순간만큼은 웬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뭐 하교때면 언제나...)
 간신히 드러난 눈밑 뺨가를 지나가는 차가운 겨울 바람에 가끔씩은 눈물도 났고.
 새파란 겨울 하늘과 책가방 속 가정통신문 및 프린트물, 방학숙제 안내서를 생각하면 우울해지기도 했었지요.


 나이를 먹어 중학생이 되어 얼어죽게 추운 공원을 통과해 지하철역으로 강행군을 할 때도
 실내화 주머니를 부여잡고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안빼려 안간힘을 썼고,
 고등학생이 되어 자율학습을 끝내고 미친듯이 집으로 뛰어갈 때도,
 오는차 신경안쓰고 가는차 너는 받아라 나는 보험이다 기세로 골목길을 누볐었지요.

 학교를 마치고 여러번의 겨울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겨울에 뭘 해야할지 알려주는 누군가도, 반드시 가야하거나 가지 말아야 할 어딘가도 없지만.
 영하 몇도입니다 뉴스 아나운서 목소리에 내복까지 꽁꽁 껴입고 반쯤 졸린 눈으로 공중부양을 하는 이런 날.
 포근히 감싸인 이 느낌은
 여전히 사람을 기분좋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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